호박(琥珀)은 나무에서 흘러내린 수액이 오랜 시간 굳어 만들어진 보석입니다.
다른 보석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호박 안에는 그때 그 숲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수천만 년 전에 우연히 수액에 닿은 나뭇잎, 날아가던 벌레, 작은 공기 방울까지 자세를 바꾸지 않은 채 지금 우리 눈앞에 남아 있습니다. 시간을 붙잡아 둔 유일한 보석입니다.
이야기를 쓰는 일도 이와 닮았습니다.
3화에서 무심코 던진 한 줄, 17화에서 스쳐 지나간 인물의 표정, 40화쯤 되면 어디에 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복선. 분명 내가 쓴 것인데도 회차가 쌓일수록 손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쓰는 시간보다 찾는 시간에 더 많은 힘을 씁니다.
호박은 그 흘러가는 것들을 굳혀서 보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화를 쓰면 그 화의 요약, 등장한 인물, 장소, 새로 생긴 요소, 심어둔 복선, 인물의 감정선이 자리를 잡습니다. 100화가 넘어도 타임라인 위에서 한눈에 보이고, 무대 위에서는 인물들이 어느 장소에 있었고 어디로 옮겨 갔는지 그대로 남습니다.
작가는 쓰는 일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정리하고, 기억하고, 다시 꺼내 주는 일은 호박이 맡습니다.
호박의 AI는 대필자가 아니라 편집부입니다
한 가지 더, 호박은 작가의 문장을 대신 쓰지 않습니다. 원고를 읽고 검토하고, 독자의 눈으로 반응해 주고, 다음 화의 방향을 함께 짚어 줍니다. 마지막 한 줄은 언제나 작가의 것입니다.